1. 역사적 맥락에서 본 맹자
사마천의 <사기>에 따르면 맹자의 이름은 가軻이다. 맹가孟軻(B.C.371)는 공자의 고향인 노魯나라 근처의 추鄒나라 사람이다. 맹가는 공자의 손자인 자사子思의 제자로부터 학통을 전수받았다. 재미있게도, 맹자는 제濟나라에 가서 선왕을 섬겼으나 선왕은 맹자를 등용하지 않았다. 당시 진秦나라는 상앙을 등용하여 부국강병을 추진하였고, 초楚나라와 위衛나라는 오기를 등용하여 약소국을 상대로 전쟁을 하였고, 제濟나라의 위왕과 선왕은 각각 손자와 전기를 등용하여 제후국들 굴복시키면서 패주가 되어있었다. 당시, 온 천하는 합종연횡하면서 정벌전쟁을 능사로 여기고 있었다. 이런 형편에 맹자는 요순과 삼대 성왕의 덕德으로 계몽하려 했으니 잘 될 리가 없었다. 맹자는 결국 은퇴하였고 제자들과 함께 <시詩>와 <서書>를 재해석하고 공자의 사상을 전파하면서 <맹자孟子> 7편을 지었다. 공자는 육예六藝로써 제자들을 가르쳤는데 맹자도 그러하였다.
2. 맹자의 정치철학
맹자는 정치에 대해서 말하기를 "인정仁政은 토지의 경계를 획정하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정전井田의 토지분할이 균등하지 못하면 봉록의 수입도 공평하게 되지 못한다."고 하였다. 따라서 토지의 경계가 바르게 되면 토지분배와 봉록제정은 저절로 해결된다는 것이었다. 이것은 주周나라 왕실에서 제정한 관작과 봉록제도에 다를 바 없는 것이다. 즉, 맹자는 전통과 선왕의 법도를 좇아갔음으로 보수적이었다.
+ 왕도와 패도
맹자는 왕도王道를 숭상하고 패도覇道를 천시하였다. 왕도는 백성들의 자발적 복종을 통하여 인仁을 이끌어내는 것이고, 패도는 억압과 무력으로 백성들을 굴복시키는 인仁인 것이다. <논어>에 따르면 공자는 말하기를 "제나라 환공이 제후들 간의 맹약을 주재하여 전쟁을 종식시킨 것은 관중의 역량이었다. 그것은 바로 관중의 인덕仁德 때문이다."라고 하였다. 맹자는 말하기를 "무력으로 인仁을 가장하는 것은 패도이다. 덕德으로 인仁을 실현하는 것이 왕도王道이다. 백성들이 무력 때문에 복종한다면 그것은 마음으로부터의 복종이 아니라 힘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덕德에 의한 복종이 진정한 복종이니 공자의 70제자는 마음으로부터 공자에게 복종하였다."고 하였다. 또 맹자는 말하기를 "백성이 제일 귀중하다. 사직社稷(토지와 곡식 신)은 그 다음이고 군주는 가볍다. 따라서 천자天子가 되고싶은 자는 백성을 얻을려고 하고 제후가 되고싶은 자는 천자를 얻을려고 하고 대부가 되고싶은 자는 제후를 얻을려고 한다."고 하였다.
+ 정명론正名論
맹자는 말하기를 "인仁의 파괴자는 적賊이고 의義의 파괴자는 잔殘이므로 역적과 잔인한 자는 단지 잡배일 따름이다. 나는 주紂라는 잡배가 처단되었다는 말은 들었어도 군주가 시해되었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고 하였다. 알다시피, 주紂는 은나라의 마지막 군주였다. 주周나라 무왕은 포악한 주紂를 죽이고 은왕조를 멸하였다. 맹자는 이 일을 두고 군주시해로 볼 수 없다고 한 것이었다.
+ 성세와 난세
맹자는 말하기를 "현상세계天下에 도道가 서 있으면 소덕小德이 대덕大德을 떠받들고 소현小賢이 대현大賢을 떠받든다. 반면에, 도道가 없으면 작은 것小이 큰 것大을 떠받들고 약한 것이 강한 것을 떠받든다. 이것이 신의 계시天命이다. 신天을 따르는 자는 살고 신天을 거역하는 자는 망한다."고 하였다. 이것이 성세와 난세 때의 노동분업에 대한 맹자의 포인트이다. 대덕大德과 대현大賢은 사회의 최고지배자를 말한다. 이 대덕과 대현을 구비한 자가 신의 아들天子이다.
3. 이상적인 정치
맹자의 이상적인 정치 모델은 요堯, 순舜 두 임금의 선양禪讓이었다. 요堯 임금은 순舜을 추천하고 난 후 붕어했다. 그러자 순舜은 요堯임금의 아들인 단주가 천하天下를 승계하도록 남쪽으로 피했다. 그러나 제후들과 판관들은 천자天子를 조회하려고 단주丹朱에게 가지않고 순舜에게로 갔다. 정치인들도 단주丹朱를 찬양하기보다 순舜을 찬양하였다. 맹자는 이것을 가리켜 신天을 따르는 것이라고 하였다. 또 순舜임금이 우禹를 추천한 후에 붕어하였다. 그러자 우禹는 삼년 상을 마치고 순舜임금의 아들인 상균商均이 천하를 승계하도록 몸을 피하였다. 그러나 천하天下의 백성들은 상균商均을 따르지 않고 우禹를 따랐다. 그후 우禹임금은 익益을 추천하고 붕어하였다. 익益은 삼년상을 마치고 우禹임금의 아들인 계啓 위해서 북쪽으로 피했다. 그러나 조회나 재판하는 자들은 익益에게 가지않고 우禹임금의 아들인 계啓에게로 갔다. 맹자에 따르면 신의 계시天命을 위하든 위하지 않든, 신의 계시天命는 이루어지거나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필부로서 천하를 얻고자 하는 자는 덕망이 순舜, 우禹같아야 하고 천자天子의 추천이 있어야 한다. 이것이 맹자의 포인트이다.
+ 토지 조세 제도
맹자에 따르면 토지는 9등분으로 나누어서 8가구의 농민이 각각 경작하고 남은 중간의 토지는 공동으로 경작하여 토지소유자에게 세금으로 바친다는 것이다. 이것이 정전제井田制의 조助이다. 대체로 고대의 토지는 군주와 귀족의 사유재산이었고 농민은 귀족의 토지를 수급받는 농노이자 경작자였다.
4. 사단四端과 사덕四德
맹자에 따르면 인간은 누구나 남에게 모질지 못하는 마음이 있다고 하였다. 맹자는 말하기를 "막 우물에 빠지려는 아이를 보면 누구라도 깜짝놀라 측은지심惻隱之心이 생긴다. 측은지심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요, 수오지심羞惡之心이 없어도 사람이 아니요, 시비지심是非之心이 없어도 사람이 아니다."라고 하였다. 측은지심은 불쌍한 것을 아는 마음이고, 수오지심은 창피한 것을 아는 마음이고, 사양지심은 사양할 줄 아는 마음이고, 시비지심은 옳고 그른 것을 아는 마음이다. 맹자는 이 네가지를 사단四端이라고 하면서, 모든 인간은 몸에 사지가 있는 것처럼 인간본성은 사단四端을 갖고있다고 하였다. 맹자는 이 사단四端이 능히 발전되면 사덕四德이 된다고 하였다. 즉 측은지심의 덕德은 인仁이요, 수오지심의 덕德은 의義요, 사양지심의 덕德은 예禮요, 시비지심의 덕德은 지智이다. 맹자는 말하기를 "인의예지仁義禮智는 외부로부터 주입된 것이 아니라 본디 있던 것이다. 인의예지는 구하면 얻고 버려두면 잃는다. 사람간의 격차가 무한히 벌어지는 이유는 각자의 재질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고 하였다. 공도자公都子가 맹자에게 묻기를 "다 같은 사람인데도 왜 어떤 사람은 대인大人이 되고 또 다른 사람은 소인小人이 됩니까."라고 하였다. 맹자는 답하기를 "대체大體를 따르면 대인이 되고 소체小體를 따르면 소인이 된다."고 하였다. 여기서 대체大體란 마음이고 소체小體란 귀, 눈 등 감각기관을 말한다. 맹자에 따르면 귀와 눈 등 감각기관은 사고력이 없으므로 외물과 접촉하면 이끌릴 따름이다. 그러나 마음의 기능은 사유이므로 사유하면 합당함을 얻고 사유하지 않으면 합당함을 얻지 못한다. 이것은 신天이 각자에게 부여한 것이다. 따라서 대자大者를 확립하면 소자小者는 점령해들어올 수 없다. 이것으로 대인大人이 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맹자의 포인트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윤리학>에 따르면 인간과 동물은 모두 성욕과 식욕을 갖고있지만 인간이 동물과 구별되는 것은 이성을 갖고있기 때문이다. 이성의 기능은 사유이다. 인간은 이성적 사유를 통하여 감각을 제어할 수 있다.
+ 성선性善
고자告子는 생긴 그대로가 성性이라고 주장하면서 말하기를 흰 깃털의 흼은 하얀 눈의 흼과 같고, 흰 눈의 흼은 흰 옥의 흼과 같다." 고 하였다. 그러자 맹자는 고자告子에게 반문하기를 "그렇다면 개의 성性이 소의 성性과 같고 소의 성性이 인간의 성性과 같다는 말입니까."라고 물었다. 재미있게도 흼白은 한가지 이지만 성性은 한가지가 아니다. 인간의 성性은 소의 성性과 다르다. 인간의 성性은 인간다움을 포함한다. 따라서 그 성性을 포기하면 동물과 같아질 것이다. 맹자는 말하기를 "인仁은 인간의 마음이요, 의義는 인간의 길이다."라고 하였다. 즉 인仁에 거하지 않고 의義를 따르지 않으면 인간이 아니라는 것이다. 재미있게도, 맹자는 양주楊朱와 묵자墨子를 비판하면서 말하기를 "양주楊朱의 위아爲我주의는 군주의 존재를 부정한 것이요, 묵자墨子의 겸애주의는 아버지의 존재를 부정한 것이므로 군주도 아버지도 없다면 금수이다."라고 일갈하였다.
+ 인간관계
맹자에 따르면 사단四端, 즉 측은지심, 수오지심, 사양지심, 시비지심이 사회 속에서 발현된 것이 인륜人倫이다. 맹자는 말하기를 "인仁의 실제는 부모를 섬기는 데 있고, 의義의 실제는 형을 따르는데 있고, 지智의 실제는 이 두 도리를 아는 데 있고, 예禮의 실제는 이 두 도리의 내용을 형식화하는 데 있다. 락樂의 실제는 이 도리를 즐거워하는 데 있다."고 하였다. 한편 오륜이란 군신君臣, 부자父子, 형제兄弟. 부부夫婦, 붕우朋友의 인간 관계이다. 맹자는 누구든 스스로 노력하기만 한다면 순舜임금처럼 될 수 있다고 말하면서 인仁에 거하고 의義를 따를 능력이 없다면 자포자기하는 것이라고 말하였다. 맹자는 개인의 성정을 극히 중시하면서 개인의 자유를 강조하였다. 맹자는 말하기를 "대인大人은 예禮답지 않은 예禮, 의義답지 않은 의義를 행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이미 언급했듯이 맹자가 말하는 인의예지는 외부로부터 각자에게 주입된 것이 아니라 각자에게 본디부터 있던 것이다. 따라서 맹자는 개인의 판단을 중시하였다. 그럼, 누구나 다 성인 군자가 될 수 있는가. 맹자는 말하기를 "성공 여부는 신天에 달려 있을 따름입니다. 군주인들 어쩌겠습니까. 선善을 행하는 외에 별 도리가 없지요."라고 하였다.
+ 운명運命
맹자는 말하기를 "죽은 사람을 곡하고 슬퍼함은 산 사람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다. 도덕에 따라 행하는 것은 벼슬자리를 얻기위해서가 아니다. 모든 말을 신실하게 함은 내 행실을 정당화하기위해서가 아니다. 군자는 법도에 따라 행함으로써 명命을 기다릴 뿐이다."라고 하였다. 아무도 도모하지 않았지만 행해지는 것이 신의 뜻天命이고 아무 때나 닥치는 것이 운명運命이다. 따라서 인간의 행위에는 그 정당성 여부만을 물을 수 있으므로 마땅히 해야하는 행위는 하지않으면 안된다. 그래서 맹자는 자강불식의 선善을 행할 따름이라고 하였던 것이다.
+ 반-공리주의反-功利主義
맹자에 따르면 모든 인간은 본성적으로 측은, 수오, 사양, 시비의 마음인 사단四端이 있다. 인간은 이 사단四端의 인간본성을 발전시켜 인, 의, 예, 지의 사덕四德을 갖출 수 있다. 인간은 사덕四德이 이利롭기 때문에 갖추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도리理이기 때문에 갖추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맹자의 포인트이다. 맹자는 의義를 주장하면서 이利를 완강히 반대하였다. 반면에 묵자墨子는 이利를 강조하면서 공리주의 편에 섰다. 묵자가 후장厚葬과 구상久喪을 비판하면서 절장節葬과 단상短喪을 주장한 것은 다분히 공리주의적이다. 공자의 손자인 자사子思는 장례를 정중히 하고 조상제사에 정성을 다하면 덕德이 두터워진다고 하였다." 이러한 자사의 발상 또한 공리주의적이다. 반면에 맹자는 후장과 구상은 다만 인간이 도리理를 다하는 것이라고 하면서 의義를 강조하였다.
5. 천성天性
맹자는 말하기를 "자신의 마음을 다 발휘하면 성性을 알게되고 성性을 알게되면 신天을 알게된다. 자신의 마음을 보존하고 본성本性을 배양하는 것이 신을 섬기는事天 방법이다. 단명과 장수에 상관하지 않고 오직 수양함으로써 신의 뜻天命을 기다린다."고 하였다. 인간의 본성은 신天이 부여한 것이다. 따라서 인간의 대체大體인 마음을 다하면 본성을 알게된다. 인간 본성을 아는 것은 신을 아는 것知天이다. 맹자는 말하기를 "군자가 지나가는 곳은 신天이 머무는 곳이어서 천상天上과 지상地上이 함께 관통하므로 도움이 적지않다."고 하였다. 이것은 다분히 신비주의적이다. 또 맹자는 말하기를 "모든 사물은 자기로부터 비롯된다. 자신을 돌이켜 그것을 찾으면 그보다 더한 기쁨이 없다. 따라서 서恕를 부단히 실행하는 것이 인仁을 구하는 가장 빠른 길이다. 서恕란 자신의 마음에 타자를 비추어보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맹자의 포인트는 서恕를 통하여 인仁을 추구하고, 인仁을 얻는 것이 성誠이고 성誠이 이루어질때 자기와 타자의 구별이 소멸되므로 자기와 모든 사물은 일체가 되는 것이다. 이것이 맹자가 말하는 호연지기浩然之氣이다. 인간의 마음心과 인간의 본성性과 신天은 본래 일체이다. 그럼, 호연지기는 어떻게 얻을 수 있는가. 맹자는 말하기를 "그 기氣는 바로 의義와 도道가 함께 배합되어야먄 이루어진다. 그 기氣는 의義를 축적하여 생기는 것이지 단 한번의 의義를 취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하였다. 이미 언급했다시피, 인仁 인간의 본성인 측은지심에서 나온 덕이다. 이 덕德을 집적함으로써 호연지기를 얻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맹자의 포인트이다.
6. 공손룡公孫龍
공손룡(B.C.320)은 조趙나라 사람이다.
+ 공손룡의 백마론
공손룡은 '흰말은 말이 아니다白馬非馬.'라고 하였다. 왜냐하면 말馬이 지시하는 것은 형태이고 흼이 지시하는 것은 색깔이다. 따라서 색깔이 지시하는 것은 형태를 지시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즉, 말은 흰 것과는 다르므로 흰말은 말이 아니다. 말馬은 본래 색깔이 있기 때문에 흰말이 존재한다. 만약 말馬에 색깔이 없다면 말馬 자체만 존재하게된다. 즉, 흰말白馬은 말馬과 무관한 것이다. 흰말이란 흼白과 말馬의 결합이므로 말馬이 아니다. 즉, 흰말은 말이 아니다. 흼 자체는 아직 대상을 한정하지 않지만 현상세계의 흰말의 경우 흼은 대상을 한정한다. 따라서 대상을 한정한 것은 본체세계의 흼 자체는 아닌 것이다. 현상세계에 존재하는 흰말의 흼은 보편적인 흼이 아니다. 공손룡은 지指와 물物을 구별하면서, '말馬'과 '흼白' 그리고 '흰말白馬' 등 물物이 지시하는 대상은 지指라고 하였다. <공손룡자>에 따르면 세계天地와 그 안의 모든 사물은 물物이다. 사물은 실제로 시공 가운데 위치를 점하는데 사물의 이름은 실재를 지시한다. 실재의 내용을 바로잡는 것이 정명正名이다. 물物이란 시공간 안에서 위치를 점하는 구체적 개체이다. 지指란 각 사물 개체의 이름이 지시하는 대상이다. 이름은 개체를 지시하기도 하지만 보편자를 지시하기도 한다. 즉, 지指의 외연은 개체이고 지指의 내포는 보편자, 즉 본질이다. 공손룡의 포인트는 말馬의 본질은 흼白에 달려있으므로 휨白을 파악하여만 백마白馬를 알 수 있다는 의미였다. 말馬이라는 이름은 이 말馬, 저 말馬 등의 개체를 지시할 수도 있고 말 그 자체, 즉 보편자를 지시할 수도 있다. 이때 공손룡이 말하는 지指는 플라톤이 말하는 객관적 관념, 즉 이데아와 일치한다.
+ 공손룡의 견백론堅白論
공손룡은 굳음堅과 흼白은 서로 다른 보편자라고 주장하였다. 이를테면 여기 굳고 흰 돌이 있다. 이 돌을 볼 때, 돌의 흼은 포착하지만 돌의 굳음은 포착하지 못한다. 반면에 이 돌을 만질 때, 돌의 굳음은 포착하지만 돌의 흼은 포착하지 못한다. 즉 돌의 흼과 굳음은 서로를 포함하지 않기 때문에 분리된다. 눈으로 돌의 굳음을 감각할 수 없고, 손으로 돌의 흼을 감각할 수 없다고 해서 굳음과 흼이 없다고 말할 수 없다. 즉, 돌 속에는 분명 굳음과 흼이 존재한다. 따라서 돌의 굳음과 흼은 분리할 수 없다. 공손룡은 말하기를 "이 때 흼은 그 돌에 한정되지 않는 흼이고, 굳음은 그 돌에 한정되지 않는 굳음이다. 그런즉, 어찌 굳음과 흼이 돌 속에 존재하겠는가."라고 하였다. 사물 중에는 굳지만 희지 않은 것이 존재하고, 희지만 굳지 않은 것이 존재하므로 굳음과 흼은 서로 다른 두 보편자이다. 이것이 공손룡의 포인트이다. 공손룡은 말하기를 "굳음은 돌에 깃들어서 그 돌의 속성이 된다. 원래 굳음은 그 자체로서 굳음이다. 그 굳음은 현상세계天下에 존재하지 않고 숨어있다. 또 흼이 스스로 흴 수 없다면 어떻게 돌을 희게 할 수 있는가. 흼은 돌에 의존할 필요없이 저절로 희다. 흼은 돌이 없어도 상관없으므로 흼은 돌에 의존할 필요가 없겠다. 따라서 흼은 돌과 분리되어있다."고 하였다. 정말 멋진 말이다. 굳음과 흼은 모두 독립적으로 자존하는 보편자이다. 이것이 공손룡의 포인트이다. 재미있게도, 인간이 감각하는 것은 돌에 깃든 개체로서의 굳음과 돌에 깃든 개체로서의 흼에 불과하다. 보편자로서의 굳음과 흼은 숨어서 존재하기 때문이다. 플라톤은 말하기를 "개체는 감각할 수 있지만 사유할 수 없고 개념은 사유할 수 있지만 감각할 수 없다."고 하였다.
<참고문헌>
펑유란. 박성규 역, 중국철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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